원화가 명화를 그려주고, 기획자가 명작을 써오며, 음향 감독이 명곡을 만들어주는 직업이라면 프로그래머는 받은 명화와 명작, 명곡을 엮어 게임으로 만드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각각의 내용물들이 매우 뛰어날지라도, 마지막으로 잘 엮지 못하면 명작이 탄생하지 못하는 만큼 게임이 완성되기 위해선 프로그래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게임은 책과 영화와 달리 소비자가 직접 그 세계에 참가할 수 있는 쌍방향 콘텐츠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콘텐츠입니다. 많은 사람이 제가 재밌게 했던 게임을 즐기며 제가 느꼈던 감동과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어 게임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코드를 분석하는 능력이나 포기하지 않을 근성도 중요하지만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머는 게임 창조주, 즉 게임 내에선 신과 같은 위치입니다.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 살아갈 다양한 오브젝트를 만드는 직업이기에 상상력이 없으면 한계가 찾아오기 쉽습니다. 한계를 뛰어넘고 플레이어에게 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이 중요합니다.

게임을 많이 하는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정확히는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그 게임에 있는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하며 노하우를 만들었습니다. 게임 프로그래머는 직업 특성상 다른 사람의 코드를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만든 결과물을 분석하며 새로운 관점과 방법을 찾는 게 무언가를 만들고 싶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게임은 우리와 항상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공간이 컴퓨터가 되었을 뿐입니다. 게임을 즐길 다른 플랫폼이 나오기 전까지는 컴퓨터로 게임을 만드는 게임 프로그래머는 언제나 수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림 월드(Rim World)라는 게임을 개발한 루데온 스튜디오의 타이난 실베스터와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aile)을 개발한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의 크리스 윌슨을 존경합니다. 프로그래머보단 기획자와 디렉터에 가까운 사람들이긴 하지만 게임을 만들 때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싶고 어떤 즐거움을 주고 싶은지에 대한 관철이 뛰어난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개발하다 막혔을 땐 산책하러 나갑니다. 밖으로 나가 영화나 뮤지컬을 보거나 산책 후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게임을 잊을 수 있도록 재충전 후 다시 게임 제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관철하고 믿는 것을 잃지 말라”라는 말을 자주 하고 다닙니다. 단순히 개발에서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주변에 많은 영향을 받고 휩쓸리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잃어버리는 사람을 많이 봐왔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믿으며 살아왔는지를 끝없이 기억하고 되새기면서 올곧게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탄한 길은 아닙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과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식이 생겨나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업계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어떤 일들보다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자기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업계는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종착지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은 다른 어떤 직업에서도 얻을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