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는 게임의 게임성과 컨셉에 대한 기획의 틀이 잡히면 그 기획요소를 아트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담당합니다. 게임회사에서 원화가의 역할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회사의 비주얼을 담당하고 필요한 리소스를 주어진 시간 안에 수행하는 업무가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프로젝트에 컨셉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기획에 가장 적절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 디벨롭 능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게임의 비쥬얼적인 요소에 대해 주도적으로 컨셉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도 아트 기획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2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을 좋아하고 그려왔던 것 같습니다. 많은 외국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오락실 게임의 일러스트를 보고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정말 멋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라는 컨텐츠의 매력에 빠져 영화 미술을 전공했었지만 영화계에서는 내가 구상하고 있는 것을 구현하기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컨셉을 그림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게임 업계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전공과 별개로 게임 원화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게임 원화가가 되었습니다.

원화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프로젝트에 맞는 컨셉 디자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게임 장르에 따라, 또 역할 군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게임 프로젝트의 원화가라고 한다면 그림에 대한 기본기는 필수 요소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관찰, 분석, 표현의 세 단계를 통해 그림을 연구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스스로 관찰할 수 있는 세상의 많은 것을 분석하여 연구하고 그것을 통해 나만의 색깔로 재해석하여 표현할 수 있다면, 제 눈에 보이는 모든 존재는 전부 소스이자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자양분이 되니까요. 그냥 보지 말고, 깊게 관찰하고 겉으로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보세요. 이 전에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일 거예요.

AI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것이 변화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AI로 인해 부정적인 전망도 많지만, AI의 발전이 꼭 나쁜 것은 아니더라고요. AI 발전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소규모 개발이 더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대기업을 가야 앞으로의 커리어가 잘 풀렸고, 작은 회사에서는 미래가 불투명했기에 늘 불안한 그림 쟁이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저도 포함해서요 하지만 요즘 제 주변에는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하여 개인 개발 및 소규모 개발을 하는 지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또 성과를 많이 얻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AI를 이용한 컨텐츠를 잘 활용하고 개발하는 사람이 앞으로 살아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십이국기 삽화 로도스도 전기의 야마다 아키히로와 파이널 판타지의 요시다 아키히코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판타지풍 디자인을 우아하고 고풍스럽게 디자인을 컨셉에 맞게 잘 그리는 모습을 보고 컨셉 디자인을 할 때 참고 및 연구를 많이 하였습니다.

슬럼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슬럼프는 단순히 그림이 안 그려지는 상황이 아닌, 더 발전할 수 있는 시험 같은 존재입니다. 보통 인지능력이 먼저 성장하고 그에 맞는 몸의 기능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전에는 안 보이던 것이 많은 연습을 통해 보이기 시작하지만 아직까지 기술이 따라주지 않을 때 보통 슬럼프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슬럼프 없이 늘 내 그림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세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성장해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거예요.

어떤 선택이든 후회를 할 거라면 일단 해보고 후회하자.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실패하더라도 무언갈했을 때 적어도 내가 시도해 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최소한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그에 대한 경험이 쌓이죠. 그래서 저는 주변에 두려움이 많은 친구들에게 do anything을 외치고 다닙니다.

여러분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게임 원화 외에도 수많은 길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게임을 개발하는 컨셉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면 그림 이전에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지, 또 게임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를 한 번쯤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게임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없을 때도 더러 있습니다. 그 과정을 견디고 즐기고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의 그 성취감과 지부심을 느낀다면, 일하는 것이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과 결과가 가져다주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큰 행복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