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의 역할은 게임의 세계관을 구체화시켜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기계에 비유하자면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원화가의 역할은 게임 제작 전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많이 어렵고 힘든 작업이기도 합니다.

게임이라는 것은 가장 현대화된 종합 엔터테이닝 기술입니다. 영상, 연출, IT 모든 것이 총망라된 놀라운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상상을 실현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것이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 또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가장 멋진 점은 그것을 타인에게 경험시켜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에 있어 원화가는 그 세상을 눈으로 보이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는 면에서 원초적인 인간의 본성을 자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 제가 이 직업에 끌린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연코 끈기입니다. 작업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그 과정이 절대 만만하지 않은 수많은 시간의 인내와 고민,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믿고 관철할 수 있는 자부심도 필요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는 아주 쉽게 아티스트를 무너지게 만듭니다.

어려우면 본론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복잡한 형태라도 그 근원은 간단한 도형으로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력을 가지고도 아직도 도형을 그리고 있나?’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기꺼이 원래의 기본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빠르며 정확하기 때문이지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잖아요.

미래의 전망을 내다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전부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지요. 하지만 제 짧은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기술이 발전할수록 창조적인 일이 부상하게 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원화가라는 직업은 상당한 메리트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블과 DC에서 콘셉트 아티스트로 일하고 계시는 이인혁 작가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그분은 정말로 끝에 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게임 원화가 중에서는 슈퍼마리오의 제작자로 유명한 미야모토 시게루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예술은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는 인터뷰는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저만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제품’ 임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넓은 바다에 가서 낚시를 합니다. 낚시는 채비를 끼우고 던지는 시간이 훨씬 길고 힘겹고 끝에 짜릿한 손맛은 너무나도 짧습니다. 상당히 그림쟁이와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좀 쉬고 돌아오는 것이겠지요.

‘호랑이는 굶어 죽어도 풀을 뜯지 않는다.”송충이면 솔잎을 먹어라.”자신이 잘못했다면 무조건 바로 사과하라, 하지만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는 절대로 사과하지 말아라’ 정도가 있겠습니다. 아티스트로서는 위에서 언급한 미야모토 시게루님의 인터뷰를 가장 좋아합니다.

원화가에게 가장 쉽게 찾아오는 죄악은 나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하나 팁을 드리고 싶은데, 침대에 누워서 일어나기 싫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면, 한 가지 행동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컴퓨터를 틀고, 포토샵을 열고, 선 하나를 그어보세요. 아마 분명 선 하나로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그림을 좋아한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