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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형곤] 희끄무레한 아침 안개 같았던 게임기획자의 꿈을 키운 지 어느덧 7개월을 넘어 8개월 차에 접어들 무렵이다2015-12-29 09:02

희끄무레한 아침 안개 같았던 게임기획자의 꿈을 키운 지 어느덧 7개월을 넘어 8개월 차에 접어들 무렵이다. 1년의 여정 중 절반을 넘게 지나오며 꿈은 다양한 모습을 취했다. 어린이의 기대와 망상으로 점철된 희망노트 같다가도 때로는 파쇄기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파지처럼, 꿈의 모습은 기획 중인 게임의 청사진을 따라 변모하고 있다.


단순히 주어진 것을 즐기는 것과, 즐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것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시간이 결코 등가적으로 흐르지 않음이 방증한다. 쉽고 생각 없이 즐기던 게임 중 그 어떤 것도 숙고와 고민의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게임 기획의 지식을 접할 때마다 깨닫고 있다. 그런 외경심은 한편으론 도전과제에 대한 불안함을, 다른 한편으론 도전의식을 고취시킨다. 이런 길을 홀로 걸어갔다면 실족 한 번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미궁을 헤매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런 헛발질을 통해 고민의절망의 기회를 얻는 것이 게임기획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기획자는 곧 고민하는 자라는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의 말씀에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홀로 걷는 자는 자신이 실족을 한 건지, 그게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조차 잡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선생님은 목자의 역할을 하신다.

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놀든 너희 자유란다, 그것이 재미 있을지 없을지도 순전히 너의 선택에 달렸지."



이와 같은 메시지가 그 게임을 하는 자에게 보내는 개발자의 속뜻이란 걸. 이를 바꿔 말하면 '(한계가 명확한) 자유의 모호한 틀을 벗어나지 말고 능력껏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단,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은 제지하겠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내 담임, 황인우 선생님은 자유로운 뻘짓(!)을 통해 뼈와 살로써 그 고통과 결실을 공부하는 것이라는 교수법을 고수하고 있다. 공략법을 따라서 게임의 줄거리를 훑는 것을 가지고 진정 게임을 한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이고, 자신이 게임의 룰과 응용법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플레이해야 그 게임 속 세계를 온전히 체험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선생님은 목자처럼 풀을 뜯을 곳을 제공한 채, 스스로 풀을 뜯는 양들은 격려하고, 울타리를 벗어나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양들을 다시 인도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게임기획의 핵심 속으로 이끌고 있다. 그것이 미궁의 구렁텅이에 빠져 절망과도 같은 허우적거림으로 시공간을 초탈하여 멘탈체로서 승천하는 대신, 구렁텅이 속에 숨겨진 보물을 꺼내 제 발로 미궁을 빠져나가 스스로 식자가 되는 방법을 전수하는 황인우 선생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선생님 덕에 기획서를 작성함에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할 때조차 크게 불안하지 않아졌다. 이런 저런 실수도 결국에는 내공으로 쌓이는 것이고, 기획서에 '이상'은 있을지언정 '정답'은 없기에.



앞으로 어떤 꿈을 꿀 수 있는지는, 내가 지금 어떤 게임을 그릴 수 있을지와 직결된다고 본다. 게임기획이란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창조놀이이기 때문에, 내가 이 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창조성 자체를 키우고 그로 인해 꿈의 모습을 결정할 수 있음을 뜻하기에, 나는 오늘도 그 꿈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